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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박사의 표준살롱] 우리나라 최초의 KS, 백열전구에 만나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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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선 박사의 표준살롱] 우리나라 최초의 KS, 백열전구에 만나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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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동 판자촌(당시 하꼬방집)에 어느 날 백열전구등이 들어왔다. 집집마다 방안의 백열전구의 밝은 빛을 보기보다는 모두들 집밖으로 나와 서로 남의 집에서 뿜어 나오는 선명한 빛을 보고 신기해하면서도 기뻐했던 모습들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 날은 어린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하나의 축제였다. 당시 만 6세였던 필자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지금도 선명했던 것은 꼭 백열전구를 만난 신기했던 기억도 있지만 이전에 겪은 트라우마처럼 내 머릿속에 굳건하게 자리 잡은 이유이었을 것이다. 

 

시 상황은 이렇다. 당산동 은행나무 밑에서 살던 우리 집은 할아버지, 큰아버지 식구들과 문간방에 살던 다른 가족들을 포함해서 인근 여러 집을 포함하면 약 200여명이 거주했던 작은 마을이었는데 건너편 여의도가 보이는 한강변에 새로운 도로(지금의 올림픽도로)를 만들기 위해 강제 철거를 당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참혹한 철거를 당했는데  제대로 된  세간 살림도 건지지 못하고 급박하게 쫓겨난 것이다.

정말 평지도 아닌 야산에 굴을 파고 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널빤지 같은 판자 쪼가리 하나 둘 씩 구해서 판잣집을 짓기 시작했다. 참으로 구차했던 시절이고 아픔이었다. 

 

밤이면 전기도 없이 칠흑같이 어두움에 또 한 번 몸서리쳐야 했다. 집을 짓기 시작해서 땅을 조금이라도 파면 누구인지도 모르는 유골이 발견되기도 했다. 그래도 착하고 순진한 사람들은 자기들도 쉽게 먹지 못하는 비싼 막걸리 한 사발과 과일을 올리고 마지막 인사를 하고 보내주었다.

 

우리 동네 사람들은 늘상 촛불로 밤을 지새우다가 어느 날 부터는 석유등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원통형의 유리 안에는 석유위에 하얀 심지가 있는데 하릴없이 석유등을 바라보고 있으면 춥고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듯이 석유등의 끄름이 내 코옆에 묻기도 하고 석유등의 원통형 유리도 스스로 검게 그을리기 시작했다. 석유냄새에 정신이 휘청하기도 했지만 어떤 어두움보다는 좋았다. 이제 제법 가가호호 집들이 마을단위로 자리를 잡히면서 전기도 들어오고 그토록 고대했던 백열전구를 밝히는 날이 온 것이다.

 

온 세상이 밝아지고 새로운 세상이 다가온 것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KS제품이 백열전구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 아직도 다가오지 않았던 KS제품으로 대도시에서만 볼 수 있었다. 필자도 세월이 흘러서 백열전구가 밝히는 따뜻한 방에서 공부도 하고 옆집에서 들리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잠을 애써 청했던 아늑한 기억이 있다.

 

어느 날에는 동네 전파사에 가서 30촉, 60촉 전구를 사러가면서 왜 자주 전구가 꺼지지 하는 의문을 가지고 전파사 주인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필라멘트가 끊어졌네!”하는 답변을 들었다.  

필라멘트는 전구에서 빛을 내는 요소의 하나로서 과거에는 탄소로 만든 얇은 줄이나 대나무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텅스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바로 이것이 끊어지면 빛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전구를 흔들면 필라멘트가 끊어진 작은 소리를 들을 수도 있었다. 그러면 바로 교체했던 옛 기억이 있다.

 

세월이 흘러서 요즘은 형광등, LED 등과 같은 다른 대체재에 밀려서 많이 사용하지는 않는다. 

앞으로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공공부문의 백열전구를 모두 퇴출시킬 모양이다. 또한 2014년 1월부터 대한민국 내의 150W 이하의 전구 생산 및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가끔 국내 수목원이나 여행지에 가면 숲속에서 알알이 열을 지어 걸어놓은 노란 오렌지 빛 백열전구를 보게되면 또 다른 레트로 감성이 올라와 남들보다도 더욱 여행의 기분이 묘해진다. 

 

나의 어린 시절에 친절하고 다정하게 밝혀주었던 백열전구의 매력에 빠져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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